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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조잔디 댓글’에서, 의심

2015년 4월 25일 미디어스에 기고한 김수민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고된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스] '인조잔디 댓글'에서, 의심과 냉소를 뚫고 자신을 돌아본다   '인조잔디 댓글'에서, 의심과 냉소를 뚫고 자신을 돌아본다 [지역에서 정치? 지역에서 진보!] 현실을 개선하려는 자의 태도에 관하여   요즘 구미 지역 단위에서는 ‘구미새로고침’이라는 풀뿌리 시민정치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않은 ‘풀뿌리 정당(로컬 파티)’을 대비한 조직이었지만, 지역 정당 또는 준-정당적 지역정치조직의 활동 보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최근 원혜영 국회의원실에서 유권자단체의 설립을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낸 상태다.   조직내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구미새로고침이 일단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각종 문화사업과 정보공개운동이다. 중앙에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활약중이고, 얼마 전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가 출범한 데서 착안해 정보공개운동을 펼치게 되었다. 때로는 ‘정보 없음’조차도 선용 가능하다. 한 시민의 건의로 구미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현황과 구미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을 노동부 구미지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정보부존재’ 통보를 받았는데 이 사실만으로 ‘노동부는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며 비판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미 지역 학교들의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 물질 다루었다. 지난해 가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한 유해 물질 조사에서 드러난 검출 수치를 입수해 공개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물질이 검출된 비산초등학교가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사실과 함께 정보공개에 응한 학교들의 인조잔디에서 검출된 납, 카드뮴 등 유해 물질이 공개된 정보에 담겨져 있다.   이 내용은 구미 시민들이 가장 많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모 카페에도 올려놓았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로 인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을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조잔디를 반대하지만 크게 다른 태도를 가진 세 사람이 있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A: “이 자료는 의심스럽습니다. 수치를 조작할 수도 있지 않은가요. 흙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흙이 좋은데 인조잔디를 왜 까는지.” B: “납이 검출 되었다니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름에 뜨거운 햇빛 받으면... ‘오 마이 갓’이네요. 애들 장난감에 납 성분이 검출되면 무조건 회수하지 않나요? C: “마사토 모래라고 안전할까요. 예전에 뉴스에서 놀이터 모래 조사했더니 온갖 중금속이 기준치 초과해서 나왔다고 하던데요. 국민들이 세금 더 많이 내서 인조잔디 깔아야 안전한가요? 도대체 이 세상에 안전한 게 뭐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떤 좋은 걸해도 똑같을 듯.” [caption id="attachment_3394" align="aligncenter" width="580"] ▲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구미시의 한 초등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사진=김수민)[/caption] A씨는 조사 결과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애초에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실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을 것이다. 실시는 했는데 공개하지 않는다면? 공개하지 않는다고 분개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했더니 “수치가 조작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음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본인이 연구원으로서 직접 현장에서 검사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구미 지역 사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해 기준치의 수십배를 초과해서 납이 검출된 학교들이 있다. 이들도 수치가 조작된 것인가. 일부러 낮추었는데도 그 정도인 걸까, 아니면 부풀려진 것인가. A씨가 변함없이 조작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전자가 되겠지만, 인조잔디가 무해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은 후자일 수도 있다. 의심이란 끝도 없고 갈래도 무한한 법이다. 이런 의심들이 날것으로 부딪힐 경우 토론은 길을 잃는다. A씨는 반대편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에 부딪히는 순간 무력해질 것이다.   B씨처럼 충격받을 사람이 많을지는 모르겠다. 평균적인 반응보다는 예민하다고 볼 수도 있다. B씨의 이런 예민함은 A씨의 그것과 양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결말을 향하고 있다. A씨가 유해 기준치에 미달하는 검출량에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면, B씨는 우선 자료를 믿되 유해기준치에 미달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조금이라도 검출된 이상 심각하게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행정편의주의에 절은 어떤 공무원이 ‘기준치 미달’임을 아무리 떠들어봐야 B씨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 같다.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인된 사실은 상대가 반박하고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만큼 좋고 유리한 근거는 없다. 똑같은 정보를 두고도 A씨는 그것을 다소 외면하는 반면, B씨는 공인된 사실을 활용하고 있다. 공인된 사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자기 자신이 인정하여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민감하게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있다. 이게 별 일인가 싶지만 사회 현상에 A씨처럼 대응하는 사례가 숱하기 때문에 B씨의 이런 ‘평범한 예민함’을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언뜻 B씨가 A씨보다 순진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워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천적으로 따지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설령 A씨의 의구심대로 수치가 축소되는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B씨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관해서도 비슷한 구도가 조성되었다. 한쪽은 정부나 주류 언론의 발표를 어지간하면 또는 무조건 불신하면서 고의적인 침몰설, 국정원 개입설 등 음모론에 쉽게 경도되었다. 그러나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근거도 부족했거니와 음모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기술과 레토릭조차 찾기 드물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음모론 게시물을 연달아 링크하는 와중에 많은 시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대결로 여기게 되었고 끝내 사건에 대해 사유하기를 멈추거나 예전에 하던대로 진영 논리에 기대게 되었다.   반면 화물 과적, 선박 연령 완화, 평형수 부족 등 뻔히 드러나 있는 문제들에 집중한 사람들이 있다. 이 원인들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과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가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불러 일으킨 시장만능주의’로 요약된다. 이 같은 사회 풍조나 이데올로기는 정권이나 국정원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울 만큼 뿌리가 깊다. 그래서 더더욱 진지하고 치열하고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 다만 그것들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사실은 백일하게 드러나 있고, 사건 직후 시장만능주의에 물과 거름을 주어온 세력들도 대놓고 규제 완화 조치들을 옹호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등 호조건도 함께 주어져 있었다. 이를 활용하지 않고 음모론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음모를 새로 밝혀내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C씨. 인조잔디에 비판적인 것은 A, B씨와 같지만 마사토 운동장까지 싸잡아 문제삼고 있다. 마사토는 물빠짐이 좋고 촉감이 부드러운 장점을 가져서 인조잔디의 대안으로 곧잘 거론된다. C씨는 모래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되었다고 불평하지만 마사토에서도 그랬는지는 입증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조사할 문제임은 틀림없으나, C씨의 편견은 너무나 명확하다. “도대체 이 세상에 안전한 게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 마사토와 인조잔디 외에는 천연잔디라는 방안이 있는데(참고로 천연잔디는 인조잔디처럼 축구 종목 위주로 공간을 획일화한다는 점을 갖고 있어서 학교에서 인조잔디의 오롯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세상에 어떤 좋은 걸 해도 똑같을 듯”이라는 C씨가 천연잔디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을 리도 없다. 결국 이분 말대로면 운동장을 없애버리든지 그냥 살던대로 살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선택의 여지 없이 후자겠지만.   세상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 무비판적이라는 지적을 들어도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을 개선할 수 없는 비판을 늘어놓고, 지적을 받을라치면 “나는 분명히 비판했다”고 알리바이를 댄다. 아둔한 나는 그것이 본디 인간이 간직한 성질인지 아닌지 통찰하기 힘들다. 다만 세상을 바꾸려는 활동가들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 나를 비롯해 개선이나 변혁을 추구하는 이런저런 집단과 그 구성원들도 아직까지 자유롭지 않은 문제다. 개성을 가로막는 사회에서 자기 표현이나마 분명히 하려고 집착하는 태도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자기 표현으로 느끼는 보람이 활동 목적의 전부이거나 핵심인가? 또다시 자신을 돌아본다.

동물원!동물원..동물원? 녹색당, 카라, 동변 동물원법 통

녹색당/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카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이 모여 2년째 방황중인 동물원법 제정을 위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현재 장하나의원, 한정애의원, 양창영의원의 동물원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4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공청회가 개최됩니다. 한편 정부에서도 환경부가 동물원의 총괄 관리 행정기관으로서 동물원법에 대한 정부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하나의원의 동물원법안을 제외하면, 동물원법의 본래 취지인 동물원의 발전과 동물복지의 도모를 충분히 규정하고 있지 못합니다. 2015년 논의되는 동물원법은 반드시 현대 동물원의 4대 기능(종보전, 연구, 교육, 건전한 위락)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열악한 동물수용시설 ‘모두’에 대해 의무 등록제를 실시하여 실태를 파악하고 최소 준수사항을 지키게 하며, 이를 어길시 처벌할 수 있어야 합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00"] 동물원???[/caption] 녹색당/카라/동변은 환경부에 ‘동물원 및 수족관법’(이하 ‘동물원법’으로 칭함)의 제정 방향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여 올바른 동물보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협의중에 있습니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모든 위원실에도 이 자료를 전달하여 우리가 원하는 동물원법이 갖추어야 할 최소 요건에 대해 설득해 나갈 예정입니다.   녹색당/ 동변/ 카라는 동물원법이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들의 복지 확보는 물론, 종보전 기관으로서의 발전을 이끌고, 기타 동물 수용 시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복지 수준을 확보하는 안전장치가 되어, 궁극적으로 무자격 동물 수용시설의 난립을 제어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기관들은 현대 동물원의 4대 기능을 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이 의견서의 내용이 최대한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지는 활동을 지켜보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물원 및 수족관법’(이하 ‘동물원법’으로 칭함)의 제정 방향에 관한 의견서‘ 첨부파일 참조)     파일 다운로드

[칼럼] 제2의 세월호, 이미 출항한 것은 아닐까?

2015년 4월 17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한재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고된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제2의 세월호, 이미 출항한 것은 아닐까?   제2의 세월호, 이미 출항한 것은 아닐까? [초록發光] 핵발전소가 위험하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4월 16일, 세월호 사고 1주기. 그 배에 탔던 이들 가운데 304명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유가족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이 비탄과 분노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망각의 강을 거슬러 헤엄치며, 비극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왔다.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은 지금,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팽목항부터 시작된 삼보일배에 참여하는 이들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거리에 현수막을 달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북 콘서트를 여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녹색당은 광화문에서 침묵으로 '4분 16초'를 연주하기도 했다.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조차 마음 놓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들은 차가운 광화문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세월호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부 여당은 진상 규명보다 회피하는데 급급해 있으며, 심지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과 공격도 나타나고 있다. 진실 규명 없이는 추모하고 위로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억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안전을 기약하기 어려운 일이다.   세월호 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의 세세한 부분을 하나씩 밝히고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의 대강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그 진실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찾으라면, "생명보다 돈"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운항사가 낡은 배를 무리하게 개조하고 비정규직 승무원들이 운행하도록 하였다는 점이 비극적 사고를 잉태한 근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실을 이야기하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면, "생명보다 권력"이라는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사고 희생자를 구조하기보다는 책임 모면과 권력 유지에만 온 신경을 쏟았기 때문이다.   사실 세월호 사고의 진실은 그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수많은 비극적 사고들의 그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1995년에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사고를 기억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삼풍백화점의 경영진들은 백화점 건설 과정에서 온갖 부실 공사를 강행했고, 취약한 건물 구조가 점차 붕괴될 조짐이 감지되었어도 영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인명 피해로 나타났다.   대규모 참사를 낳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한국 사회는 딱 그것 하나만 살피고 고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화점이 붕괴하니 대형 빌딩에 대한 안전 진단을 하고, 다리가 붕괴하니 그것을 점검하고, 지하철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을 보수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저돌적 성장을 해오면서 사회 전체가 위험 사회로 변하였다. 한 분야에서 비극적이고 비싼 대가를 치른 후에 위험을 점검할 기회라도 얻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어떨까.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며 매 순간을 넘기는 요행수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사고가 터진다. 그것이 세월호 사고였을 것이다.   위험 사회의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만이라도 그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돈으로 안전을 사려고 덤벼들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안전이 아니라 능력 있는 개인들의 안전 추구는 대다수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안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그리고 "고위험 고수익"의 도박 원리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점차 대규모되고 있는 기술 시스템의 운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더욱 파국적인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하나씩 쌓아 올린 안전 규제가 '규제 철폐'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3318" align="aligncenter" width="584"] ⓒ연합뉴스[/caption]   작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낡은 고리, 월성 핵발전소를 떠올렸다. (사고 직후 나도 노후 핵발전소가 제2의 세월호가 될 수도 있다는 글을 썼지만, 언론사의 신중함 때문에 결국 지면에 실리지는 못했다). 세월호 사고가 궁극적으로 "생명보다 돈" 그리고 "생명보다 권력"이라는 원리가 작동된 탓이라면, 핵발전소는 그런 원리가 응축된 기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과 신고리 3호기 가동 승인 신청 등,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더하게 된다.   지난 2월 27일 새벽,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날치기 통과시킨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은 절차적인 측면에서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모두 부적절했다. 안전력안전위원회법이 규정한 이해 상충을 피하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해당 위원은 배제되지 않았으며, 기술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와 근거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위원장과 정부 여당 측 위원들은 그저 수명 연장에 필요한 형식 절차인 표결 결과에만 관심을 쏟았다. 건물 밖에서 이루어진 월성 1호기 주변 주민들의 반대 집회는 무시되었다.   이런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미 많이 지적된 것처럼, 핵 산업을 둘러싸고 맺어진 복합적인 이해관계들 때문일 것이다. 노후 핵발전소는 폐쇄해야 안전하다는 상식은 핵 마피아들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이해관계가 안전 문제를 압도하고 있는 적나라한 장면들은 쉽게 발견된다. 사용 승인 신청이 된 신고리 3호기는 서류 위조 등의 각종 비리 사건과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사고 등으로 주목을 받은 신규 핵발전소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어 케이블이 설치되었다는 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이 제대로 바로 잡혔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4월 23일에 예정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또다시 사용 승인 표결이 강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하여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핵 발전 수출 관련 지체 보상금 문제를 들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UAE에 수출할 핵 발전의 모델이 되는 신고리 3호기를 9월까지 상업 운전 못하면, 지체 보상금으로 매월 3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의 건설 관리 소홀로 벌어진 사건을 핑계로 안전 심사를 대충해 달라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압박이 통했기 때문일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이은철 위원장은 3월 26일, 신고리 3호기 운영 허가 심의 첫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계에 처음 선보이는 원전인 만큼 이렇게 문서로만 따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빨리 돌아가는 걸 보고 싶다. 원래 신규 원전이라는 건 초기에 이런저런 운영을 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치는 것이다."   다른 설비들도 이런 태도라면 안전 문제를 배제할 수 없겠지만, 핵발전소의 경우라면 더욱 아찔한 발언이다. 운영 초기에 나타나는 시행착오가 그저 단순한 문제로 끝나길 바라지만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위험 감수적 태도를 금지시키도록 설치한 것이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신규 원전이 빨리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념이다. 그런 신념을 가진 이를 임명한 정부가 오히려 원자력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신념이 아니라면, 어쩌면 UAE 핵발전소 지체 부담금을 지불하게 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고리 3호기, 그리고 다시 한 번 수명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고리 1호기. 그 주변으로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34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에서 설정된 방재 구역 범위를 원용할 경우에 그렇다. 우리처럼 핵발전소 인근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법이지만, 만약 핵발전소 사고가 난다면? 세세한 것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제2의 세월호 사고"라는 말로는 결코 묘사되기 힘든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세월호 사고는 핵발전소 사고의 대참사를 예고했던 것으로 해석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칼럼] 지금도 많은데, 국회의원 더 늘린다고?

2015년 4월 15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고된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지금도 많은데, 국회의원 더 늘린다고?   지금도 많은데, 국회의원 더 늘린다고? [바심마당]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 imhyunjoom@naver.com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개혁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대폭적인 선거제도개혁 논의의 발화점은 지난해 가을 헌법재판소가 내린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인구비례기준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별 인구편차 허용범위에 맞추자면 전국적으로 62곳에 달하는 선거구가 조정되어야 한단다. 여차하면 선거구 조정대상이 될 수 있다 보니 시쳇말로 국회의원들에게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거기에다 중앙선관위는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이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까지 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구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면서 비례대표를 늘이는 방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부패와 무능으로 미운털 박힌 국회의원 수를 늘이겠다니 누구인들 쉽사리 찬성을 하겠나. 실제 지난 2012년 당시 국회의원 정수를 단 1석 늘이는데도 언론과 여론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고, 위헌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제기되기도 했었다.   국회의원 정수는 제헌의회 200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왔다. 인구대표성을 반영한 선거구 획정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심의해야 할 정부예산 규모나 처리해야 할 법률안 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13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299명이 되었고, 15대 국회까지 지속되다가 2000년 16대 국회 들어 잠시 273명으로 축소되었다. 그 후 17대 국회에서 다시 299명이 되었고, 지난 19대 국회에서 300석으로 늘어났다.   16대 국회 의원정수가 26명이나 줄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00년 당시 정치개혁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여야가 국회의원정수를 299명에서 273명으로 감축한 이유는 다름 아닌 경제위기 대응이었다. 다른 모든 사회분야에서 구조조정이 감행되었는데 정치권만 예외일 수 없다는 차원에서 약 10%를 기준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줄인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과연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선택이었을까? 단편적인 비교이기는 하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15대 국회 기간(1997~2000) 중 국회예산은 연평균 1,731억원, 국회의원 1인당 예산액은 연평균 5억7900만원이었는데, 오히려 16대국회 기간(2001~2003) 중 국회예산은 연평균 2,254억원, 국회의원 1인당 예산액 연평균 8억 2600만원이었다. 16대 국회 기간 중 국회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되어 15대 국회와 비교하여 약 30%나 증가했고, 국회의원 1인당 예산액도 무려 43%나 증가한 것이다. 의원정수 구조조정의 효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한 나라의 적정 의원정수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대표성과 함께 의정활동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성도 의원정수 결정에 고려되어야 한다.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분석한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산출 경험연구에서는 대표성과 효율성이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약 330명에서 360명 범주가 적정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강원택 교수가 민주국가 24개국의 의원 1인당 평균인구를 계산하여 적용한 분석결과에서는 2000년 인구기준으로 572명의 의원정수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런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정정도 합리적 근거가 있는 판단이다.   정치권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관해 늘 국민적 저항이 있다고 말한다.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정말 국민들일까? 혹시 반대 여론을 핑계 대는 국회의원들은 아닐까? 다른 모든 불필요한 특권보다 더 근본적인 국회의원 특권은 극히 제한된 소수만이 국회의원 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그 자체일 수 있다. 의원정수를 늘려 국회의원 한 사람이 갖는 권한과 역할을 나누고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기회가 보장될 수 있다면, 그래도 국민들은 막무가내로 반대 입장일까?   국회의원들이 제 몫을 다해 일해서 의정활동에 지출되는 세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