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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알래스카에 산다면 1년 1884달러 받을 텐데

한겨레21 제1054호(2015년 3월 23일)에 기고한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고된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21] 알래스카에 산다면 1년 1884달러 받을 텐데 하승수의 오, 녹색! 알래스카에 산다면 1년 1884달러 받을 텐데 토머스 페인이 200여 년 전에 주장한 시민배당, 이건희 회장 이 주식회사의 주주로서 배당받듯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으로 서 배당받을 권리가 있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2013년 연봉이 0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연봉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주식 배당금으로 1년에 1758억원을 받는다(2014년 기준). 이런 배당금은 당연히 노동의 대가는 아니다.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엄청난 부자이지만, 매년 이런 식으로 꼬박꼬박 현금을 받는다. 알래스카 같은 석유가 없더라도 얼마 전 대학을 휴학하고 알바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을 만났다. 자신이 알바해서 버는 돈으로 필요한 데 쓴다. 대학을 다니다가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모양인데, 아무런 경제적 기반이 없다. 이건희 회장은 주주 자격으로 매년 일정한 현금을 받는데, 이 대학생이 현금(배당금)을 받을 근거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미국에서 나온 기본소득에 관한 책자를 하나 읽어보게 되었다. <알래스카 모델 수출하기> (Exporting The Alaska Model)라는 제목의 책은 흥미로운 발상을 담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판매에서 나오는 돈으로 주민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이 대학생이 알래스카주에 살고 있다면, 2014년 1884달러를 배당금으로 받았을 것이다. 주민의 자격으로 받는 배당금이다. 알래스카 모델은 흔히 반론에 부딪힌다. 알래스카는 석유가 나오니까 이렇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석유 같은 지하자원이 없는 곳에서는 이런 발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판매에서 나오는 돈으로 주민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그러나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알래스카 모델 수출하기>다. 이 책에서는 특별한 지하자원이 없어도 알래스카처럼 시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과 관련된 연구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석유 같은 지하자원이 없는 미국 버몬트주를 대상으로 게리 플로멘호프트(Gary Flomenhoft)라는 학자가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버몬트주의 공유재로부터 나오는 수익으로 연간 작게는 1972달러, 많게는 1만348달러를 지급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물, 깨끗한 공기, 광물, 숲, 물고기와 야생동물, 토지 같은 자연자산과 금융시스템, 인터넷, 방송주파수 같은 인위적 공유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이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런 자산은 공유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사유화(私有化)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해, 일정 금액을 환수하여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를 걷어 노인·청년에게 배당금을 이 책의 서문에서는 토머스 페인의 글도 인용하고 있다. 토머스 페인은 18세기 후반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사상가이자 실천가다. 그는 <상식>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독립된 미국에서는 왕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자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혁명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이 과정에서 토머스 페인은 단지 정치적 민주화만으로는 사람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듯하다. 토머스 페인은 1797년 그의 마지막 책인 <토지정의>(Agrarian Justice)를 내는데, 여기에서 ‘시민배당’이라는 아이디어를 주장한다. 토머스 페인은 세상에 두 종류의 재산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땅·물·공기 같은 자연재산(natural property)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재산이다. 토머스 페인은 자연재산에 대해서는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연재산에서 나오는 수입은 세금으로 걷어 시민들에게 배당금을 주자고 제안한다. 재산을 물려주는 시점에 상속세를 걷어 노인과 청년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노인에게는 연금처럼 매년 돈을 지급하고, 21살에 달한 청년에게는 일시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청년에게 지급하는 일시금의 액수로는 당시 노동자 평균연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안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이런 토머스 페인의 주장을 읽으며, 아무런 경제적 기반이 없는 대학생의 모습을 떠올렸다. 토머스 페인의 주장처럼, 공유재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그 청년의 삶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 노동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정부가 일정액의 현금을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시민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 토머스 페인은 이 주장의 선구자인 셈이고, 미국의 알래스카주는 그런 생각을 현실로 만든 사례다. ‘사유화’가 극도로 진행된 대한민국이야말로 이런 발상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다. 핀란드 총선 출마 예정자 65%, 기본소득 찬성 이건희 회장이 주식회사의 주주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면, 어느 누구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토지·천연자원 같은 자연적 공유재와 여러 인위적 공유재들이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게 배분하는 것은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것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핀란드 총선 출마 예정자의 65%가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또는 시민배당에 대해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칼럼] 비례대표 확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까

다음은 2015-03-15 미디어오늘에 실린 녹색당 김은희 공동정책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고된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비례대표 확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까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 imhyunjoom@naver.com 권력을 휘두르는 힘 있는 정치인. ‘국회의원’이 가지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학개론서에 설명된 정의가 아닌 현실정치인 국회의원을 떠올릴 때 아마도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은 국민들로부터의 ‘신뢰’일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고, 유권자들로부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할 것을 위임받은 존재가 가지지 못한 것이 바로 ‘신뢰’라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1995년인가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트러스트(Trust)』라는 책에서 신뢰는 보이지 않는 가치로 부를 창출하는 사회적 자본이며,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의 분류에 따르자면, 한국은 저신뢰 사회다. 2월 25일 중앙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내린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인구비례 기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큰 틀에서의 선거구 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탓이다. 개정의견의 주요골자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이고 지역구 의석을 줄여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에서 정한다. 둘째,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셋째,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선거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여 일종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한다. 이번 개정의견은 정치관계법 개혁이라는 과제와 거대정당의 이해득실 고려가 조합된 중앙선관위 고민의 결과이다. 시민사회에서도 비례대표 의석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자기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대승적 결단이라는게 가능하겠나 하는 물음표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비례대표 의석 확대는 여성국회의원 증가의 지름길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아도 지역구 할당을 강제하는 방식에 비해 비례대표제를 어느정도 채택하고 있느냐가 여성참여에 더욱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리 낙관만 할 일도 아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비례대표 50% 여성할당 및 남녀교호순번제는 비례대표지방의원선거와는 달리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등록무효 대상이 아니다. 이번 중앙선관위 개정의견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08년과 2012년 총선 당시에도 해당 조항을 위반하거나 남성이 당선된 경우가 없지 않았는데, 비례대표 의석이 지금보다 늘어나게 되면 여야 거대정당도 해당 조항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려 섞인 시선에 응답이라도 하듯 최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의원의 74.3%인 223명 국회의원이 응답한 결과 지역구의석 축소와 비례대표의석 확대에 78%가 반대했다고 한다. 정당별로 보면 응답자 중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83.1%,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72.3%가 반대한다고 답해 여야를 불문하고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도 찬성 2명 반대 3명으로 답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의원직 유지에 관한 사안은 여지없다고나 할까. 국회에서의 선거구 획정 과정을 기억해보면 이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2008년 18대총선 선거구획정 과정에서도 지역구의석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의석을 1석을 줄였다. 세종특별시가 생긴 19대총선 때는 또다시 비례대표의석을 줄이는 방식에 대한 비난이 일자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1명 늘여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2012년 당시 선거는 다가오는데 선거구획정에 관한 합의는 이루지 못하고 얼마나 시일에 쫓겼던지 공직선거법 제21조(국회의 의원정수) 조항은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채 단서로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고 하고, 부칙에 2012년 총선에 한해 “의원정수는 300인으로 한다”로 얼버무려 놓았더랬다. 지난 경험을 돌아보건대 작게는 선거구획정 그리고 크게는 정치개혁 자체를 당사자인 국회의원들 손에만 맡겨 두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던져주는 격이 아닌가. 사실 고양이는 과한 욕심 부리지 않지만 정치인의 욕심이 어디 그런가 말이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위로’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를 믿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국회의원의 존재와 역할로 인해 사람들이 위로받고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일까?